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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FASHION

MA-1 재킷의 긴 여정

지금 옷장에 꼭 있어야 합니다. 올봄 패피들은 다 입는 '이 재킷'의 시작은?

Editor 배터리(Better Lee)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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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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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패션계를 사로 잡은 it템에 대한 모든 것. 역사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MA-1 재킷의 긴 여정


봄이 돌아오면서 여성복 시장에 짧고 가벼운 크롭 아우터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MA-1 재킷봄버 재킷이다. 활동성이 좋고 하체 비율이 길어 보이는 효과, 간절기 기온차를 거뜬히 버텨주는 실용성, 스커트와 팬츠 가릴 것 없이 두루 어울리는 범용성까지 갖추면서 출근룩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는 요즘 라이프스타일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대 여성들의 일상룩으로 자리잡은 이 실루엣의 시작은 놀랍게도 전장이었다. 전장에서 출발한 재킷이 어떻게 여성 출근룩의 키워드로 자리잡게 됐을까? 그 여정을 따라가 본다.

제트기 시대가 낳은 전장의 재킷

 

MA-1 항공 자켓을 입은 미 공군과 마릴린 먼로 ⓒGetty
 

MA-1 항공 재킷은 1940년대 후반 제트기 시대의 개막과 함께 탄생했다. 기존 B-15 재킷의 모피 칼라가 산소마스크와 간섭을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피를 걷어내고, 가볍지만 보온성이 뛰어난 나일론 소재를 채택한 것이 시작이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 공군 파일럿들을 위해 개발된 이 재킷은 이후 베트남전쟁까지 미 공군의 표준 비행 재킷으로 자리잡았다. 한반도 상공을 날았던 파일럿들이 입었던 바로 그 재킷이, 지금 서울 거리의 출근룩으로 귀환한 셈이다.

MA-1의 가장 유명한 디테일은 오렌지색 안감이다. 전투 중 추락한 파일럿이 재킷을 뒤집어 입으면 선명한 오렌지색 겉감이 돼 구조팀에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생존 장치였다. 극한의 실용성에서 출발한 이 디테일은 훗날 안감을 겉으로 드러내는 리버서블 스타일링으로 패션계에 재소환되며 MA-1의 상징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오렌지색 안감이 적용된 MA-1 봄버 재킷의 원형, 뒤집어 입으면 오렌지색 안감이 겉감이 된다 ©cockpitusa

반항의 거리를 거쳐 럭셔리 런웨이로

1980년대 MA-1 항공 재킷을 입은 스킨헤드 모습 ©Mediadrumworld

전쟁이 끝난 뒤 군 창고를 나온 MA-1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했다. 1980년대 중반 민간에 보급된 이 재킷은 노동자 계급과 스킨헤드 문화의 상징으로 먼저 소비됐다. 스킨헤드 문화에서 MA-1 재킷은 강인한 정체성과 청년 문화의 반항적 정신을 상징했다.

군용 MA-1의 공식 제조업체 알파 인더스트리(Alpha Industries)는 1970년대부터 민간용 제품을 출시하며 대중화의 물꼬를 텄고, 군사적 기능성과 투박한 남성성을 상징하던 이 재킷은 런던과 뉴욕의 거리 패션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이후 라프 시몬스와 헬무트 랭이 런웨이 위에서 MA-1을 재해석하며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영국에서는 계급의 언어로, 미국에서는 반항적 청년 문화의 도구로 진화한 것이다.


럭셔리 하우스의 해석은 더 대담해졌다. 2022년 프라다는 플로럴 장식과 깃털을 더한 오버사이즈 MA-1으로 군용 아이템에 럭셔리 무드를 입혔고, JW 앤더슨은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봄버 재킷을 더 크고 느슨하게 풀어내며 캐주얼 전용 아이템이라는 오랜 공식을 깼다. 남성복 카테고리에서 출발한 MA-1이 젠더의 경계마저 허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2021 F/W 컬렉션 1, 2 / 2022 F/W 컬렉션 3, 4 ⓒPRADA

윤여정에서 제니까지, 여성 패션 씬으로의 전환


 

MA-1 항공 재킷 모티브의 CDG 재킷을 입은 배우 윤여정 ©Getty

MA-1이 여성 패션 씬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전환점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드레스 위에 MA-1 모티브 재킷을 매치하며 화제를 모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이 재킷이 시상식 레드카펫 위에서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제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1월 도쿄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월드 투어 '데드라인'에서 제니는 맥퀸(McQueen) 2026 봄·여름 컬렉션의 봄버 재킷에 플로럴 자카드 미니 스커트를 매치한 감각적인 무대 룩을 선보이며 봄버 재킷 열풍에 불을 지폈다. 활동성이 좋고 하체 비율이 길어 보이는 효과, 간절기 기온차를 가볍게 버텨주는 실용성, 스커트와 팬츠 모두와 어울리는 범용성. 셀럽들이 증명한 이 아이템의 강점은 빠르게 일상으로 번졌다.


 

지난 1월 17일, 도쿄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데드라인(Deadline)> 월드 투어에서 MA-1 항공 자켓 모티브의 알렉산더 맥퀸 자켓을 입은 제니 ©알렉산더 맥퀸 공식 인스타그램 @alexandermcqueen

아카이브에서 출근룩으로, 미쏘의 셔링 MA-1

미쏘 셔링 MA1 / 미쏘 후드 MA1

군용 재킷이 여성 출근룩으로 안착하는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국내 브랜드들의 재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여성 SPA 브랜드 미쏘(MIXXO)는 그 과정을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는 사례다.

미쏘 디자이너들은 이랜드 패션연구소 내 밀리터리 섹션에서 봄버 재킷, 필드 재킷 등 방대한 샘플 아카이브를 직접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군용 재킷의 구조와 디테일을 해부한 뒤, 여성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재기획한 결과물이 '셔링 MA1''후드 MA1'이다. 군용 재킷 특유의 투박한 인상 대신 셔링 디테일로 부드러운 볼륨감을 살린 것이 핵심이었다. 실용성과 레이어링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 수요, 출근룩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한 기획이다.

이랜드 미쏘 관계자는 "셔링 디테일을 더해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캐주얼한 감성을 동시에 담았다"며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MA-1이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특히 잘 맞는 아우터"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숫자로 증명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7일까지 MA-1 관련 아이템을 포함한 미쏘 아우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MA-1 재킷의 본질


한반도 상공의 파일럿이 목숨을 걸고 입던 재킷이, 80년대 런던 거리의 스킨헤드를 거쳐, 아카데미 레드카펫과 도쿄 콘서트 무대를 지나 서울의 오피스 출근룩으로 흘러왔다. 오렌지 안감은 이제 셔링으로 바뀌었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입는 사람을 지켜준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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