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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와 왕실을 수놓은 체크
런웨이와 왕실을 수놓은 체크
체크와 타탄 : 장인정신으로 타탄 산업을 이끈 로캐론
체크와 타탄 : 장인정신으로 타탄 산업을 이끈 로캐론
2025.01.27
2025.01.27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2025년 패션계가 체크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FW시즌에 익숙한 체크 패턴이 이례적으로 봄, 여름 런웨이를 장악했다.
로에베 25SS 남성 컬렉션 ©LOEWE
펜디 25SS 남성 컬렉션 ©FENDI
로에베(LOEWE)는 깅엄 체크 패턴의 튜닉 드레스를, 펜디(FENDI)는 클래식 하면서 화사한 체크 패턴을 런웨이에서 공개하며 2025년 다가올 트렌드를 예고했다. 지난 17일 디올(DIOR) 행사에서 앰버서더 김연아와 해린은 체크 패턴의 스타일링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체크 패턴은 기원전 3,000년부터 각기 다른 무늬로 전세계에 존재했다고 알려졌지만, 그 중 스코틀랜드의 타탄(Tartan)은 깊은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타탄 무늬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부는 남성의 모습은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타탄 무늬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부는 남성의 모습 ©kiltguide.com
오늘은 영국 왕실부터 펑크족까지, 명품 브랜드부터 스트릿 브랜드까지 모두가 사랑하는 타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500년 역사를 품은 패턴의 시작
©LOCHCARRON of SCOTLAND
타탄은 일반적인 염색 방식과 달리, 미리 염색한 실로 원단을 짜는 특별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날실과 씨실을 수직으로 교차하여 사선 모양의 능직을 만들어내는데, 빨강, 검정, 초록 등의 주조색을 격자의 너비와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하여 독특한 패턴을 완성한다.
스코틀랜드 글렌 애프릭(Glen Affric) 습지에서 발견된 1500년대 타탄 조각은 타탄 패턴의 오랜 역사를 증명한다.
타탄은 수 세기 동안 스코틀랜드의 혹독한 바람, 눈, 비를 막기 위한 일상복으로 사용되다가, 스코틀랜드 가문(씨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문(씨족)별로 정체성을 담은 독자적인 타탄 개발에 열을 올리며, 본인이 속한 지역과 가문을 정의했던 것이다.
타탄 ©LOCHCARRON of SCOTLAND
영국 왕실이 사랑한 타탄의 자부심, 로캐론(LOCHCARRON)
로캐론 설립 초기,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타탄을 짜는 모습 ©LOCHCARRON of SCOTLAND
1892년 스코틀랜드에서 설립된 로캐론(LOCHCARRON)은 타탄 산업을 이끌며, 타탄의 명가로 소문난 곳이다.
로캐론은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직물을 개발하는데 전념해오며, 현재 500여 가지가 넘는 정통 타탄 패턴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섬유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염색, 직조, 수선, 재단 등 모든 공정을 스코틀랜드 현지 장인들의 손길로 완성하는 것이 이들의 자부심이다.
2023년 로캐론 본사를 방문한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 ©LOCHCARRON of SCOTLAND
특히, 2023년 7월,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의 로캐론 본사 방문은 영국 왕실이 타탄을 얼마나 애정깊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왕세자비 ©Getty
타탄에 대한 영국 왕실의 사랑은 오래전부터 대단했다.
19세기 영국을 이끈 빅토리아 여왕은 타탄의 부흥을 이끈 장본인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로열 스튜어트(Royal Stewart)' 패턴의 왕실 전용 타탄을 도입하고, 궁을 타탄으로 장식하며 그 위상을 한층 높였다.
이후 에드워드 8세, 다이애나 왕사자비,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3세로 이어지는 타탄 사랑은 왕실을 대표하는 패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위문화의 상징에서 현대 패션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타탄
한편, 20세기 들어 타탄은 영국 패션계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맞이했다. 1970년대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로열 스튜어트 타탄을 찢고, 자르고, 재구성하며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 것이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빨간색과 녹색이 교차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로얄 타탄을 재해석한 펑크 패션 선보이며, 펑크 문화를 선도했다.
당시 영국의 대표적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타탄 의상을 즐겨 입으며 젊은 세대의 반항 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멈버이자 펑크록 음악가 존 라이든(John Joseph Lydon)이 타탄 패턴 자켓으로 선보인 펑크룩 ©thrills, 2023년 멧 갈라 행사에서 타탄 패턴의 의상을 선보인 A$AP Rocky ©Getty
타탄은 오늘날에도 스타일링의 영감이 되고 있다. 2023년 멧 갈라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힙합 아티스트 에이셉 라키(A$AP Rocky)는 가죽 넥타이와 청바지에 타탄 킬트를 믹스매치해 파격적인 레드카펫 룩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남성복 아이템인 킬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스타일링은 전 세계 패션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25년 봄, 명품 브랜드들이 일으킨 이례적인 체크 바람에 타탄 패턴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지 한번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왕실의 품격과 반항의 상징을 넘어, 현대 패션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타탄과 킬트를 젊음의 거리 성수에서도 조우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