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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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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치킨 시작부터 한국의 치맥 문화까지
프라이드 치킨 시작부터 한국의 치맥 문화까지
2025.01.08
2025.01.08
Editor 은은한조명
[구르망 유니버스]
영화 헬프(The Help, 2011) 속 프라이드 치킨
2011년 개봉한 영화 《헬프》는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에 맞서는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중 주인공 미니 잭슨은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베테랑 가정부로, 그녀만의 특별한 프라이드 치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남부의 전통'이자 '자부심의 상징'이었죠.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의 완벽한 조화는 극 중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녹여냅니다.
영화 속 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Frying chicken just tends to make you feel better about life."
(프라이드 치킨을 요리하다 보면 인생이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프라이드 치킨의 시초, KFC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프라이드 치킨에는 깊은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바삭한 겉면 아래로 여러 문화와 역사가 층층이 쌓여있죠.
이 매혹적인 요리의 뿌리는 서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시작됩니다. 서아프리카의 기름 튀김 조리법은 노예 무역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스코틀랜드의 밀가루 코팅 튀김 기법과 만나 새로운 진화를 이뤘습니다.
18세기와 19세기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 커뮤니티가 이 요리를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그들만의 향신료와 조리법으로 완성된 프라이드 치킨은 20세기 중반, '하얼랜드 샌더스(Harland Sanders)'의 비법 레시피를 만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첫번째 매장 오픈 스토리
미국 켄터키주 노스코빈(North Corbin),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작은 주유소. KFC의 시작은 이곳에서 펼쳐졌습니다.
샌더스는 주유소 한편에 조그만 식당을 열었습니다. 압력솥으로 균일하게 튀겨낸 닭고기와 11가지 비밀 양념의 조화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죠. 이 작은 실험은 1952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첫 프랜차이즈 매장을 여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KFC의 글로벌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그 역사적인 첫 매장은 'Harland Sanders Cafe and Museum'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샌더스의 초기 레시피부터 원조 매장의 모습, 그리고 KFC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을 만날 수 있죠.
치킨 문화국
한국에서 프라이드 치킨은 하나의 문화입니다. 바삭한 튀김옷에 매운맛, 간장맛, 허니버터맛 등 한국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더해 진화해 왔죠. 특히 '치맥'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한국의 치킨 문화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독특한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한국 치킨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발달된 배달·포장 시스템입니다. 치킨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배달 시키는 음식이자, 포장 문화를 이끈 주역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는 이런 포장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한국의 대표 외식기업 이랜드이츠가 선보인 '델리 바이 애슐리'는 프리미엄 푸드를 3,99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포장할 수 있는 델리 문화를 제안했죠.
©YENA, 울퉁불퉁토마토
특히 이곳의 치킨 메뉴는 한국의 치킨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애슐리의 시그니처 통살 치킨부터 양념 치킨, 깐풍 치킨, 허니버터 치킨, 마늘 간장 치킨까지. 한국의 다채로운 치킨 레시피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죠. 이처럼 한국의 치킨은 전문점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식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통 치킨 맛집을 찾아서
현대적인 프랜차이즈와 배달 문화가 발달한 한국의 치킨 시장에는 또 다른 주역이 있습니다. 수십 년간 전통을 지켜온 정통 치킨 노포들이죠. 이들의 묵묵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의 치킨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영양센터
명동 '영양센타' 본점 | 서울 중구 명동2길 52
1957년, 한국 최초의 치킨 전문점이자 '삼계탕의 원조'로 불리는 명동 영양센타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옛 방식 그대로 조리하는 전기 구이 통닭입니다. 기름기를 최소화한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전통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죠.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시그니처 메뉴인 치킨 스프입니다. 한국식 삼계탕과 서양식 치킨 수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특별한 요리로, 오랜 시간 푹 끓인 닭고기 육수에 감자, 당근을 더해 깊은 맛을 냅니다.
• 통닭大 21,500원
• 삼계탕 20,500원
• 치킨스프 5,000원
• 영양빵(2개) 5,000원
©푱푱, 아이야83, Yoon
경동시장 '남원통닭' |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1길 39
1968년부터 청량리 경동시장을 지켜온 남원통닭은 옛날 통닭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이곳의 후라이드 치킨은 얇고 바삭한 튀김옷과 담백한 속살의 완벽한 조화를 자랑하죠. 적절한 소금 간으로 닭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입니다.
고구마, 떡, 꽈리고추, 닭 모래집 등을 함께 튀겨 토핑으로 올린 독특한 구성도 이곳만의 매력입니다. 양파와 청양고추가 들어간 간장 소스, 그리고 상큼한 백김치까지 더하면 남원통닭만의 특별한 한 끼가 완성됩니다.
• 후라이드小 16,000원
• 후라이드·양념(반반)大 20,000원
©몽몽
속초 명물 '중앙닭강정' |
서울 서초구 잠원로 51 지하1층
1970년대 속초 중앙시장에서 시작된 중앙닭강정은 이제 지역을 넘어 전국구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닭강정 원조'라는 타이틀과 함께 속초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죠.
이곳의 시그니처인 매콤달콤 닭강정은 한 조각 한 조각 정성스레 튀겨내어 바삭함이 살아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에 비법 소스의 절묘한 맛이 더해져 단숨에 손이 갑니다.
50년 넘게 이어온 속초의 맛이 드디어 서울에 상륙했습니다. 뉴코아아울렛 강남점에 위치한 중앙닭강정에서는 갓 튀겨낸 본점의 참맛을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죠.
• S중앙닭강정(다리살) 22,000원
서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프라이드 치킨. 한국에서는 치맥 문화로 재탄생했고,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 미니의 말처럼, 프라이드 치킨은 우리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Frying chicken just tends to make you feel better about life."
오늘 저녁, 당신의 하루는 어떤 맛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