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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 마지노선은 5,000원... 3,300원 티셔츠가 불티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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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역설계, 유통의 새로운 공식

가격 역설계, 유통의 새로운 공식

소비자 심리 마지노선은 5,000원... 3,300원 티셔츠가 불티나는 이유

소비자 심리 마지노선은 5,000원... 3,300원 티셔츠가 불티나는 이유

Editor 이읽남

입력 2025.11.04 08:54 수정 2025.11.04 11:23

Editor 이읽남

입력 2025.11.04 08:54 수정 2025.11.04 11:23


 

Editor 이읽남
[득템이득]  


이득 보는 유통 소식을 읽어주는 남자.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유통업계의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10,000원이면 살 수 있을까?"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서성이다가, 가격표를 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은 경험 있으시죠? "이 정도 가격이면 살 텐데..." 하는 마음의 선이 있거든요. 그 선을 넘으면 아무리 좋아도 포기하게 되는 게 요즘 우리 지갑 사정입니다.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 색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 3줄 요약 먼저 읽어보세요!


1. 가격 역설계란 고객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원가와 마진을 조정하는 전략입니다.
2. NC베이직은 전체 상품의 80%를 3만 원 이하로 구성하며, 기획-생산-유통 일원화로 경쟁 브랜드 대비 절반 수준 가격을 실현했습니다.
3. 아마존·무인양품 등 글로벌 브랜드도 가격 역설계에 동참하며, 소비자와 업계가 윈윈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격을 보고 고민하는 소비자 ⓒFreePik

가격 역설계의 등장

"고객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을 먼저 정하고, 거기 맞춰서 상품을 만들자"
이게 바로 '가격 역설계'입니다. 보통의 가격 설계 과정은 [원가를 계산하고 → 마진을 붙이고 → "이 가격에 팝니다"] 순서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가격 역설계 방식에서는 거꾸로 갑니다. ["10,000원에 팔겁니다" → 거기에 맞춰 원가와 마진을 최소화하고 → 출시] 이 순서로 진행되죠. 일부 균일가 매장에서나 쓰던 이 방식이, 지금은 대형마트, 온라인, 패션, 뷰티 할 것 없이 전 분야로 번지고 있습니다.


 

상품 기획 단계 유형

왜일까요?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이 정도 가격이면 사겠다"는 선을 명확히 그어버렸거든요. 5,000원, 10,000원, 그 이하. 그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으면 아예 손도 안 가는 겁니다. 그래서 유통업체들은 이제 이윤보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먼저 맞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가격 역설계가 생필품이나 먹거리 위주였다면 이제 패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Part.1 3만 원 이하로 옷장을 채우는 브랜드

NC베이직은 2023년 9월 론칭한 이랜드리테일의 유통형 SPA 브랜드입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내세우며, 광고·마케팅 없이 상품 경쟁력만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해왔습니다. 지난해 1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NC베이직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는 고객들 ⓒ이랜드리테일

NC베이직은 전체 상품의 약 80%를 3만 원 이하 가격대로 구성했습니다.
바로 가격 역설계를 활용해서 말이죠! 이랜드는 해외 소싱 법인과 자가 공장에서 의류를 자체 기획·생산하고,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 등 자사 유통망에 바로 입점시켰습니다. 중간 단계를 확 줄이니, 경쟁 브랜드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원단 소싱 전문가들이 중국 상하이·광저우,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등을 돌며 A급 원단 업체를 발굴해 품질은 고품질로 유지했죠.

Part.2 매일 입는 옷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매일 입을 수 있는 기본템,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NC베이직이 파악한 고객의 니즈는 명확했습니다. 트렌드를 쫓는 옷은 한철이지만, 기본템은 사계절 입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기본템에 더 까다롭습니다. 가격은 부담 없어야 하고, 품질은 좋아야 하고, 디자인은 질리지 않아야 하니까요.


 

NC베이직 티셔츠와 와이셔츠를 입은 모델 ⓒ이랜드리테일
 

불티 나는 기본 티셔츠
NC베이직의 3팩 9,900원 티셔츠는 2024년 1월~10월 누적 판매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6% 성장했습니다. 여름 시즌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음은 물론, 사계절 필수템으로 각광 받고 있죠.

NC베이직 반팔 티셔츠 / 9,900원

 


데님도 빠질 수 없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 데님! NC베이직의 가을 여성 트렌디 데님 팬츠(29,900원)는 3가지 라인으로 구성됐습니다. NC베이직은 관리가 쉬운 넌페이드 데님, 은은한 컬러 다잉의 부드러운 터치감을 지닌 컬러다잉 데님, 트렌디한 블랙 워싱의 레귤러 와이드 데님을 선보여 합리적인 가격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선보였습니다. NC베이직은 스트레이트, 테이퍼드, 부츠컷 등 폭넓은 핏의 데님 가격은 1만 9900원부터 2만 9900원으로, 지난해 누적 판매량 15만 장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NC베이직 데님 소개 ⓒ이랜드리테일
 

 


이 밖에도 여성용 베이직 브라탑, 남성용 옥스포드 셔츠, 지금 날씨에 딱 좋은 경량 패딩 등 패션 기본템들을 중심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NC베이직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NC베이직 전체 매출은 2024년 9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89% 성장하기도 했죠. "매일 입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주세요"라는 고객의 목소리를 NC베이직이 정확히 들은 결과입니다. 

Part 3. 가격 역설계는 글로벌 트렌드

아마존과 무인양품도 가격 역설계
아마존은 10월 초 신규 브랜드 '아마존 그로서리'를 출범했습니다. 유제품, 신선 제품, 육류, 해산물, 간식, 베이커리 등 1,000여 개 품목을 판매하는데, 대부분이 5달러 미만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진 소고기 1파운드, 생선 필릿 12온스는 5달러가 채 안 되죠. 일본의 무인양품은 중국에 500엔숍 '무지(무인양품) 500' 출점을 준비 중입니다. 무지 500은 제품의 70% 이상이 500엔 이하인 전략형 매장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선을 먼저 정하고 그것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는 '가격 역설계'는 이제 소비자와 유통업계 간의 윈윈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 무인양품의 '무지 500' 매장 ⓒ무인양품
 

우리의 니즈가 업계를 바꾸고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던 그 순간들이, 지금 유통업계 전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학적으로 5,000원은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심리적 최소 가격대'입니다. 지폐 한 장으로 계산할 수 있는 단위 중에서 부담 없이 지출할 수 있는 최소 한계선이죠. 미국에서는 5달러, 일본에서는 500엔, 한국에서는 5,000원~10,000원. 전 세계 소비자들이 그은 심리적 마지노선은 비슷합니다.

가격 역설계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대해 유통업계가 응답한 결과물이죠. 업계와 소비자가 함께 윈윈하는 가격 역설계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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