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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에서 NBA의 꽃이 된 덩크의 역사

지금은 NBA의 꽃이지만 한때는 금지됐던 '이것'의 90년 역사를 되짚다

Editor 콜렉토리

2025.12.12

96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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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콜렉토리
[GOAT 컬렉션] 

계륵에서 NBA의 꽃이 된 덩크의 역사


"롤빵을 커피에 담그는 것 같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2미터 장신의 미국 선수 조 포텐베리가 새로운 슛을 선보였다. 공을 링 위로 넣는 이 기술은 뉴욕 타임스에 의해 "롤빵을 커피에 담그는 것 같다(dunking)"고 묘사됐다. 덩크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당시 농구계는 이 기술을 환영하지 않았다. 1937년 캔자스대 코치 포그 앨런은 자신의 책에서 "덩크는 농구 기술이 아니라 높이만 갖고 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실력 없는 선수들이나 하는 변칙 플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덩크는 NBA의 꽃이다. 한때 계륵처럼 여겨졌던 이 기술이 어떻게 현대 농구 문화의 중심이 되었을까. 그 변천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 포텐베리의 첫 덩크에 대한 영상 ⓒAwarenessFeedTv

환영받지 못한 시작, 1936-1960년대

조 포텐베리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덩크는 미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주장이었던 그는 결승전에서 8점을 넣으며 19-8 승리를 견인했다. 진흙 코트, 비바람이 몰아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덩크는 확실한 득점 수단이었다.

1944년에는 오클라호마주립대의 밥 컬랜다가 대학 경기에서 처음으로 덩크를 시도했다. 2미터 10센티미터 장신이었던 그는 2012년 인터뷰에서 "골밑에서 점프해 슛을 성공시켰다. 그것이 덩크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치들은 덩크를 백안시했다. 변칙적인 플레이로 여겨졌고, 수비수들은 빤히 보고도 당하는 덩크에 모욕감을 느꼈다. 일부 선수는 덩크를 하는 선수의 다리를 슬쩍 거는 경우도 있었다. 부상 우려도 컸다. 백보드 주위에서 덩크를 하다 다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왜 덩크는 NCAA에서 9년간 금지됐을까 ⓒWilt Chamberlain Archive

결국 NCAA는 1967년부터 1976년까지 덩크를 금지했다. 표면적 이유는 선수 안전이었지만, 당시 UCLA의 장신 센터 카림 압둘 자바가 덩크 원맨쇼를 펼치며 경기 균형을 무너뜨렸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설적인 코치 존 우든은 이 금지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지만, 덩크는 10년 가까이 대학 농구에서 사라졌다.

덩크의 진화, 1970년대-현재

분위기가 바뀐 것은 1976년이었다. 미국농구협회(ABA) 올스타전 하프타임에 처음으로 덩크 콘테스트가 열리면서 덩크는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금지됐던 기술이 이제는 관중을 열광시키는 쇼의 중심이 된 것이다.


 

첫 덩크 콘테스트 우승자 '줄리어스 어빙' ⓒGetty
 

1965년부터 활동한 LA 레이커스 아나운서 칙 헌은 '슬램덩크(Slam Dunk)'라는 용어를 대중화했다. 세게 닫는다는 의미의 슬램(Slam)과 담근다는 의미의 덩크(Dunk)를 합친 이 용어는 기존의 '덩크 슛'을 대체하며 더욱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1970년대 줄리어스 어빙은 머리 뒤에서 두 손으로 공을 잡아 내리꽂는 '토마호크(Tomahawk)' 덩크를 선보이며 덩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1980년대에는 마이클 조던도미니크 윌킨스가 1988년 덩크 콘테스트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치며 덩크는 NBA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덩크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공을 머리 위에서 한 손 또는 양손으로 하는 더블 클러치(Double Clutch), 풍차가 도는 모양 같은 풍차(Windmill) 덩크, 동료의 패스를 공중에서 받아 내리꽂는 앨리웁(Alley-oop) 등 다채로운 기술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에는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한국에 소개되며 슬램덩크는 한국 농구 팬들을 NBA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1997년 한국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국내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의 화려한 슬램덩크쇼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3년 1월 한국에 개봉한 슬램덩크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국내에서만 49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슬램덩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덩크의 역사를 한눈에, 이랜드뮤지엄 전시

이러한 덩크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랜드뮤지엄이 오는 12월 19일부터 26년 3월 2일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선보이는 '디어 바스켓볼(DEAR BASKETBALL),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2'다.


 

'디어 바스켓볼,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2' 포스터 ⓒ이랜드뮤지엄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바로 '덩크'다. 단순히 화려한 기술이 아닌, NBA 역사를 바꾼 문화 현상으로서의 덩크를 조명한다. 전시명 '디어 바스켓볼'코비 브라이언트가 2015년 은퇴를 발표하며 쓴 편지 제목이자 동명의 애니메이션 제목으로, 농구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뭉클함을 주는 이름이다.



🔎 영원한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자세한 아티클도 읽어보세요.


 

전시는 총 6개 존으로 구성된다. '룰메이커(RULEMAKER)' 존에서는 자유투 덩크 금지 룰을 만들어낸 윌트 체임벌린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더 덩커스(THE DUNKERS)' 존에서는 NBA 역사상 최다 덩크 2,950개를 기록한 드와이트 하워드를 비롯해 덩크슛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소장품이 전시된다.


 

윌트 체임벌린의 1991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수여한 영구결번 헌정 저지 ⓒ이랜드뮤지엄
 

'올스타즈(ALL STARS)' 존에서는 1988년 마이클 조던도미니크 윌킨스의 세기의 대결 등 덩크 콘테스트 명장면을 조명한다. '오버타임(OVERTIME)' 존에서는 170센티미터 단신으로 1986년 덩크 콘테스트를 제패한 스퍼드 웹 등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1998-99 Season 실착 레이커스 저지 / NBA MVP 시즌(2007-08) 실착 레이커스 저지 ⓒ이랜드뮤지엄

마지막 '블랙 맘바(BLACK MAMBA)' 존에서는 18세 최연소 덩크 콘테스트 우승자이자 불멸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커리어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결정적 3점 슛 후 손가락을 입에 대는 코비의 '쉿' 제스처는 그의 맘바 멘탈리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전시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실착 유니폼과 시그니처 슈즈, 스코티 피펜의 올디펜시브 팀 트로피 등 총 160여 점의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랜드뮤지엄이 30여 년간 체계적으로 수집한 약 50만 점의 소장품 중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들을 엄선해 전시한다.

서사를 입힌 소장품, 농구팬의 심장에 버저비터를 쐈다

1936년 "실력 없는 선수들이나 하는 것"으로 폄하됐던 덩크는 현대 농구의 꽃이 되었다. 계륵처럼 여겨졌던 기술이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되고, NBA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것이다.

이랜드뮤지엄의 '디어 바스켓볼,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2'는 바로 이 변화의 역사를 담았다. 지난 vol.1 전시에 이어 단순한 유니폼과 슈즈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선수들의 이야기와 시대의 변화를 함께 전시한다. 소장품에 서사를 입히니, 관람객은 열광했다.

24년 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앞서 진행한 '위대한 농구선수 75인 전 vol.1'에 몰린 관람객들 ⓒ이랜드뮤지엄

조 포텐베리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덩크는 90년의 시간을 거쳐 2025년 판교 전시장에서 되살아난다. 올 겨울, 덩크의 역사를 만나러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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