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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FASHION

어른 이어 아이들도 빠진 벌룬핏

'켄달 제너, 제니도 입은 그 바지' 벌룬핏이 지금 유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

Editor 배터리(Better Lee)

2026.03.10

72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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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패션계를 사로 잡은 it템에 대한 모든 것. 역사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하렘 팬츠, 베럴 진, 항아리 팬츠···풍성한 실루엣 하의가 시대마다 귀환하는 이유


올봄, 런웨이와 셀럽의 일상 사진에서 유독 자주 눈에 띄는 실루엣이 하나 있다. 허벅지 쪽으로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다 발목 근처에서 다소곳이 모아지는 팬츠, 이른바 '벌룬핏'이다. 랄프로렌은 26년 봄·가을 컬렉션을 연달아 이 실루엣으로 채웠고, 발망은 26SS 런웨이 무대 위에서 풍성한 볼륨의 하렘 팬츠를 줄줄이 내보냈다. 켄달 제너, 블랙핑크 제니, 레드벨벳 슬기는 이 '풍선 바지'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대중화에 불을 지폈다.

1~2 랄프로렌 SPRING 2026 런웨이 쇼 / 3~4 랄프로렌 FALL 2026 런웨이 쇼 / 5~6 발망 26SS 여성 컬렉션 ⓒ각 브랜드 홈페이지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실루엣은 사실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이름을 바꿔가며, 때로는 왕족의 무도회장에서, 때로는 힙합 무대 위에서, 그리고 지금은 키즈 데님 매장에서 계속해서 귀환하고 있다. 오늘은 이 풍성한 실루엣의 긴 여정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벌룬핏 데님 팬츠 스타일링을 선보인 켄달 제너 / 풍성한 와이드핏 데님 팬츠 스타일링을 선보인 제니 ⓒGetty, jennierubyjane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 풍성한 하의의 기원

폴 푸아레의 디자인 스케치

벌룬핏 하의의 뿌리를 찾으려면 페르시아와 오스만 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렘 팬츠(Harem Pants)'는 허리선 아래부터 넉넉하게 퍼지다 발목 근처에서 급격히 좁아지는 독특한 실루엣의 하의로, '알라딘 바지'라는 애칭으로 더 친숙하다. 오스만 왕궁의 하렘에서 입던 의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헐렁한 구조는 더운 기후에서 통풍이 잘 되는 실용성을 위한 것이었다.

이 팬츠가 서양 패션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10년대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 푸아레(Paul Poiret)가 유럽 여성들에게 하렘 팬츠를 처음 선보였다. 당시 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코르셋과 페티코트로 무장한 시대에 '바지를 입은 여성'은 그 자체가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불온하다'고 비난했지만, 아방가르드한 예술가들과 사교계 여성들은 오히려 이 자유로운 실루엣에 열광했다.

풍성한 하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를 지닌다. 인도의 살와르(Salwar), 일본의 하카마(袴), 한국의 전통 바지까지, 허벅지에 여유를 두고 발목 쪽으로 모아지는 구조는 각 문화권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한 지혜였다. 활동성과 미적 균형을 동시에 구현하는 이 형태가 21세기에도 반복해서 소환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세기, 서브컬처와 팝 아이콘이 되살린 벌룬핏


M.C. Hammer - U Can't Touch This

벌룬핏이 다시 주류에 등장한 건 1980~90년대 힙합 문화의 폭발과 함께였다. MC 해머(MC Hammer)가 무대 위에서 선보인 '해머 팬츠(Hammer Pants)'는 하렘 팬츠의 현대적 변형이었다. 엄청난 볼륨의 실루엣은 그 자체로 퍼포먼스의 일부였다. 해머의 현란한 댄스 무브와 맞물려, 넉넉한 허벅지 통이 주는 자유로운 움직임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1990년에 발표된 'U Can't Touch This'는 이 바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2000년대 들어 Y2K 감성과 함께 벌룬핏은 데님에 스며들었다.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이 넉넉한 '배기 진(Baggy Jeans)'과 '베럴 진(Barrel Jeans)'이 그 주역이었다. 특히 베럴 진은 밑단이 살짝 모아지는 구조로, 항아리를 닮은 실루엣 때문에 국내에서는 '항아리 팬츠'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통용됐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당대 팝스타들이 즐겨 입으며 세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2010년대에는 스키니 진이 절대강자로 군림하며 벌룬핏은 한동안 잊혀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패션은 진자처럼 움직인다. 극도로 타이트한 실루엣이 정점에 달한 뒤, 시계추는 반대편으로 기울었다. 2020년대 들어 Y2K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배기하고 풍성한 하의가 빠르게 귀환했고, 오늘날의 벌룬핏은 그 정점에 위치해 있다.

어른들의 힙한 핏을 이어받은 아이들

성인 패션 씬에서 완연히 자리 잡은 벌룬핏 열풍은 이제 키즈씬으로 자연스럽게 번지고 있다. 키즈 SPA 브랜드 스파오키즈(SPAO KIDS)는 지난 2월 청바지 핏 트렌드를 반영한 '키즈 데님 A–Z' 라인업을 공개했다. 스트레이트·세미와이드 등 기본핏부터 와이드·벌룬·부츠컷 등 트렌드핏까지, 저학년부터 패션에 눈을 뜨기 시작한 프리틴(10~13세)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구성이다.

단순히 성인 스타일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허벅지는 넉넉하고 밑단은 살짝 모아지는 항아리 모양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아이 체형과 활동성을 고려한 설계를 더했다. 조절 가능한 이너 허리밴딩을 적용해 사이즈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부모 고객의 실질적인 구매 부담을 덜어주는 설계다. 트렌드에 민감한 영맘(young mom) 세대가 아이와 패밀리룩을 맞추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구성을 갖춘 셈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라인업 공개 이후 2주(2월 9일~22일) 기준 스파오키즈 데님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상승했다. 스파오키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벌룬 와이드 진'은 데님 카테고리 조회 수 2위에 올랐다. '몸빼바지 같다'는 우려를 넘어, 아이들도 이 실루엣의 편안함과 개성에 기꺼이 빠져들고 있다.

스파오키즈 벌룬 와이드 진

트렌드가 돌고 도는 이유

페르시아 왕궁에서 시작해 힙합 무대를 거쳐 키즈 데님 매장으로 흘러온 벌룬핏의 여정은 단순한 트렌드의 귀환이 아니다. 그것은 활동성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가지 인류 공통의 욕망이 실루엣 하나에 오롯이 담긴 결과다. 시대마다 이름을 바꿨지만 본질은 언제나 같았다. 몸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그 욕망이 살아있는 한, 벌룬핏은 또다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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