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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노을, 아이들에게는 생애 첫 추억이 되다

퇴근길 노을, 아이들에게는 생애 첫 추억이 되다

분유값 걱정하던 10대 엄마, 한강 위에서 흘린 눈물 “오늘만큼은 아이 엄마가 아닌, 18살 고등학생이 됐어요”

분유값 걱정하던 10대 엄마, 한강 위에서 흘린 눈물 “오늘만큼은 아이 엄마가 아닌, 18살 고등학생이 됐어요”

Editor 햇살한줌

입력 2025.08.26 13:06 수정 2025.08.26 16:09

Editor 햇살한줌

입력 2025.08.26 13:06 수정 2025.08.26 16:09

분유값 걱정하던 10대 엄마, 한강 위에서 흘린 눈물 “오늘만큼은 아이 엄마가 아닌, 18살 고등학생이 됐어요”


 

[마음 온(溫)에어] 


낯선 듯 익숙한 이야기로 만나는 우리 주변의 진실, 함께라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가야지"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이 대사처럼, 슬픔이 있었기에 더욱 소중해진 기쁨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물든 한강의 노을을 바라본 적 있으신가요?



짧은 순간이지만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들어 그 풍경을 담고, 누군가는 말없이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평범한 일상조차 누군가에겐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청소년들, 가족의 보호 없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여행'이나 '휴식'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이크루즈 ©이크루즈 인스타그램 (@eland_cruise)

"한강 크루즈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유가 없어 탑승할 생각조차 못 했어요."

다문화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온 혜진이(가명)의 고백이었습니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온 지 4년째,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끼리 나들이다운 나들이를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상반기, 이크루즈는 이랜드재단의 '돕돕 프로젝트'와 함께하며 혜진이 같은 사각지대 아동, 청소년들에게 한강 유람선 탑승 기회를 기부했습니다.

'돕돕 프로젝트'는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사각지대 미래 세대들을 진정성 있게 돕는 현장 단체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가정 밖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 고립 은둔 청년, 자립 준비 청년 등의 자립을 돕는 협력 파트너 프로젝트입니다.


 

이크루즈X이랜드재단 '돕돕 프로젝트' ©이랜드재단 제공

가정 밖 청소년은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갈등 또는 학대 등으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가정 외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입니다. 다문화 청소년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으로,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인해 학교생활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말합니다. 고립 은둔 청년은 정신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불안 등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며 집 안에 머무르는 청년들이고, 자립 준비 청년은 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되어 보호 종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입니다.

이크루즈는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크루즈 탑승을 지원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일정 속에서 한강을 만난다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자율성과 자존감을 선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웃는 게 어색해졌는데..."


 

©이랜드재단 제공

유람선에 오른 아이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강물,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아이들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주었습니다.

가정 밖 청소년 쉼터에서 온 민수(가명)는 돕돕 프로젝트 소속 멘토와 함께 이크루즈에 올랐습니다. 평소 생계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웃음을 잃었던 그의 얼굴에 오랜만에 진짜 웃음이 피어났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웃는 게 어색해졌는데, 오늘은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와요."

민수의 말이었습니다. 함께 온 멘토 선생님은 "평소 말이 없던 민수가 오늘은 계속 말을 걸어온다"라며 놀라워했습니다.

청소년 한부모의 해방감


 

©이랜드재단 제공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어린아이를 키우며 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 한부모 수연이(가명)의 이야기였습니다.

"평소에는 아기 기저귀값, 분유값 걱정에 어디 놀러 간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어요. 오늘처럼 배를 타고 강 위에서 바람을 맞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평소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며 쉴 틈 없이 살아가던 수연이에게 한강 위에서의 시간은 진정한 해방감을 선사했습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와 함께 고민을 나누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모습이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엄마가 된 후로는 항상 아이 걱정뿐이었는데, 오늘만큼은 18살 수연이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생애 첫 가족 나들이


 

©이랜드재단 제공

평소 가족과 함께 외출하기 어려웠던 다문화 아동, 청소년들에게 이날은 생애 첫 가족 나들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혜진이는 부모님과 함께 한강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가족끼리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일용직이라 주말에도 일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끼리 어디 가본 적이 거의 없어요. 오늘이 진짜 첫 가족여행인 것 같아요."

혜진이의 어머니는 서툰 한국어로 "고맙다, 정말 고맙다"라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아버지 역시 평소 무뚝뚝한 모습과 달리 딸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강 위에서 마주한 새로운 풍경

유람선이 한강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서울을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늘 보던 도시 풍경이 유람선 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서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고립 은둔 청년 지원기관에서 온 태훈이(가명)의 말이었습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집 밖 출입을 꺼렸던 태훈이는 이날 처음으로 단체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날씨가 흐려 노을을 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흐릿한 하늘과 잔잔한 강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아이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크루즈 안에서 열린 작은 공연은 아이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공연 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자립 준비 청년 시설에서 온 정아(가명)는 공연을 본 후 "일상을 벗어난 느낌이었어요"라며 황홀한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이크루즈 직원들의 환대와 멋진 공연은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휴식을 선물하고 싶어요"


 

©이랜드재단 제공

이크루즈와 함께한 유람은 아이들이 일상을 새롭게 경험하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졌던 기회의 여정이었습니다.

혜진이는 말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앞으로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휴식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경험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크루즈는 아이들에게 단지 풍경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 것입니다.

민수는 "나중에 제가 안정되면 후배들에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수연이도 "아이가 커서 저 같은 청소년 엄마들을 만나게 되면, 오늘처럼 힘이 되어주고 싶다"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습니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이랜드재단 제공

여성가족부 '2024 청소년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정 밖 청소년은 약 2만 4천 명에 달합니다. 이 중 70% 이상이 문화·여가 활동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법무부 '2024 외국인 정책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청소년은 약 13만 명이지만, 이 중 60% 이상이 언어와 경제적 장벽으로 문화 활동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4 청소년 여가 실태 조사' 결과, 사각지대 청소년들의 월평균 여가비 지출은 3만 원 미만으로, 일반 청소년(12만 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작은 유람이 만든 큰 변화


 

©이랜드재단 제공

"한강 위 작은 여행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큰 기회였습니다.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단체들과 미래세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돕돕 프로젝트의 철학입니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말합니다.

짧은 유람이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찾고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랜드재단은 앞으로도 '돕돕 프로젝트'를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미래세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그 여정에 함께해 준 이크루즈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날의 기억이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기를 소망합니다.

당신의 관심이 또 다른 변화를 만듭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따뜻한 경험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강 위에서 피어난 아이들의 웃음이 더 많은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신호가 되기를 바랍니다.